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낯선 문화와 오랜 타지 생활을 딛고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서번트 리더십' 비결을 전수했다.
박 전 감독은 지난 1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기 뉴시스 여성 CEO 리더십 아카데미'의 입학식에 첫 강사로 나섰다.
지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박 전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역임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베트남은 박 전 감독의 지휘 아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을 달성하며 동남아 강호로 떠올랐다.
박 전 감독은 부드럽게 포용하고 섬기는 리더십,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으로 베트남 축구팀을 이끌었다고 회상했다.
박 전 감독은 "31살에 지도자를 시작했고, 61살에 베트남에 갔다. 원래는 다혈질이고 독하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이었다. 지도자로서 바뀐 건 베트남에 가면서부터였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베트남에서는 이방인이다. 처음에는 1년만 버티자고 생각했다. 당시 베트남 외국인 감독 평균 수명이 8개월 정도였다. 이방인이기 때문에 자신을 낮추고, 부지런해야 한다고 느꼈다. 흠 잡힐 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박 전 감독은 베트남 시절 힘들었던 걸 묻는 질문에 "처음 느낀 건 소통이었다. 통역이 24시간 있지만, 제삼자를 통하면 내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교감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언어가 안 통하는 게 많이 어려웠다"라고 답했다.
이어 "두 번째는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았고 장비도 부족했다. 특히 축구 전문가가 없었다. 현대 축구는 과학이다. 각 분야별로 전문가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때는 감독이 전부 해야 했다.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려웠다"라고 돌아봤다.
또 그는 "나도 선수 생활을 했지만, 감독이 치료실에 오면 싫어한다. 목적은 뚜렷했다. 치료실은 마사지와 치료를 받는 선수들의 사랑방이다. 부상 상태와 팀 분위기 그리고 개인적인 것들까지 여러 정보를 들었다. 같이 장난을 치기도 했다. 훈련이 끝나면 간식이 의무실에 오는데, 나중에는 선수들이 간식 먹으러 오라고 찾아오기까지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뉴시스 여성 CEO 리더십 아카데미'는 3개월간 총 13개 강의로 진행된다. 박 전 감독을 시작으로 정호승 시인, 방송인 정선희, 여자 마라톤 최고 기록 보유자 권은주 감독 등이 리더십, 네트워킹, 웰빙 등을 주제로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