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을 향한 중요한 분기점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또다시 위기 앞에 섰다. 손흥민(토트넘)의 발끝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25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요르단과 아시아 3차 예선 B조 8차전을 치른다. 현재 한국은 4승 3 무(승점 15)로 조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지난 7차전 오만전에서 1-1 무승부에 그치면서 월드컵 조기 진출 확정에는 실패했다. 오만전 결과는 선수단 내부의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계획이 틀어진 결과이기도 했다.
가장 뼈아픈 건 '척추 라인'이라 불리는 중앙 미드필더 백승호(버밍엄시티), 플레이메이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중앙 수비수 정승현(알와슬)이 연쇄적으로 이탈한 점이다. 정승현은 경기 전 훈련 도중 왼쪽 종아리를 다쳤고, 백승호는 경기 도중 햄스트링을 잡고 쓰러졌다. 이강인은 교체로 투입된 뒤 왼쪽 발목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 나가는 악재를 겪었다. 결국 세 선수 모두 대표팀에서 소집해제됐고, 요르단전 출전은 무산됐다.
홍 감독은 이들을 대신할 새 선수를 따로 발탁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세 선수 모두 회복에 약 2주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고, 한국에서 치료한 뒤 소속팀으로 복귀할 예정”이라며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미드필더진과 수비라인에 공백이 생긴 가운데, 황인범(페예노르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황인범은 최근 종아리 부상으로 오만전을 건너뛰었으나, 요르단전에서는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다만 홍 감독은 소속팀과의 협의로 출전 시간에 제한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경기에서 홍 감독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전술로 승기를 잡겠다는 복안을 세웠다. 밀집 수비에 고전했던 이전과 달리, 요르단이 승점을 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르단은 승점 12(골득실 +6)로 한국에 이어 B조 2위에 올라 있으며, 같은 승점을 기록 중인 3위 이라크(골득실 +3)와 치열한 경쟁 중이다. 요르단이 이라크에 밀려 3위로 내려앉을 경우 월드컵 직행 티켓을 놓칠 수 있어 한국전에서의 승점 확보가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흥민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된다. 그는 3차 예선 동안 위기의 순간마다 결정적인 골로 대표팀을 구해왔다. 지난 쿠웨이트전에서는 페널티킥을 유도하고 스스로 마무리하며 결승골을 넣었고, 팔레스타인전에서는 동점골을 터뜨려 귀중한 승점을 안겼다. 오만전에서는 침묵했으나, ‘캡틴’으로서 무게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홍명보호는 지난해 10월 요르단과의 원정 맞대결에서 이재성(마인츠)과 오현규(헹크)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둔 기억이 있다. 당시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모두 빠진 악조건에서도 기민한 조직력으로 승리를 일궈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비 핵 김민재(뮌헨)도 부상으로 빠진 만큼, 조직적인 수비 집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다.
특히 요르단은 이번 경기에서 유럽파 공격수 무사 알타마리(스타드 렌)와 야잔 알나이마트(알아라비)라는 ‘원투 펀치’를 앞세워 적극적인 공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K리그 1 FC서울에서 활약 중인 중앙 수비수 야잔 알 아랍도 가세한다. 국내 무대 경험이 있는 그는 한국 공격수들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 위협적인 존재다.
홍 감독은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인해 예전과 같은 빌드업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전방 압박과 공격 전개가 원활해야 수비진도 부담을 덜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요르단도 오만과 유사한 형태로 나올 텐데, 조직적인 움직임과 세밀한 전술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결국 요르단전은 손흥민을 비롯한 공격 자원들이 초반부터 골문을 열 수 있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본선 직행을 조기에 확정 짓고 팀 전체의 부담을 덜기 위해선, 이번 경기에서의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팬들의 시선은 다시금 '캡틴 손'의 왼발과 오른발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