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던 한일전의 분위기가 국내는 조금 유연해진 가운데 일본은 과거 우리처럼 '절대 지지 않겠다'는 정신무장을 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7시 24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일본과 최종전을 치른다.
사실상 결승전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중국과 홍콩을 상대로 승리했다. 골득실에서 일본이 한 발 앞서 1위인 상황. 마지막 한일전 결과를 통해 우승팀이 가려진다. 일본은 비겨도 우승하고, 한국은 무조건 이겨야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한국과 일본은 A매치만 81차례 맞붙은 숙적이다. 통산 전적에서는 42승 23 무 16패로 한국이 절대 우위지만 근래 성적은 그렇지 못하다. 2021년 요코하마에서 펼친 평가전에서 0-3으로 졌고, 이듬해 나고야에서 치른 동아시안컵에서도 똑같이 0-3으로 패했다. 거푸 같은 스코어로 일본에 무너지면서 한일전의 무게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도전자의 입장이 된 한국인데 정작 분위기는 부드럽다. 과거에는 한일전이라는 특수성에 분위기가 무겁게 깔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한때 일본을 만나면 '부숴버려'라고 소리쳤던 홍명보 감독도 적대감을 내려놓은 지 오래다.
한일전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은 "예전에는 절대 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 역시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물론 대표 선수라면 자존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그런 것들 때문에 중요한 전술이나 경기력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조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줬으면 한다"라고 주문했다.
홍명보 감독의 지시대로 선수단도 특별히 타도 일본을 외치지 않는다. 이번 대회 주장을 맡은 조현우(울산 HD)도 "중국전, 홍콩전 모두 앞에 다가온 경기들만 생각했다. 일본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특별히 긴장하지 않는다. 늘 그래왔듯이 편안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강한 동기부여를 심고 있다. 수비수 우에다 나오미치(가시마앤틀러스)는 '사커킹'을 통해 "나라를 대표하는 일은 좀처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런 경험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다"며 "대표팀에서만 느끼는 분위기가 분명히 있다. 베테랑이 되어서도 여전히 자극을 받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 나선 대표팀은 J리그 올스타다. J리그를 대표해서 싸우는 것"이라며 "만약 한국에 지면 'J리그는 K리그보다 약하다'는 증명이 된다. J리그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만큼 모두 힘을 모아 싸웠으면 한다"라고 투지를 불어넣었다.
골키퍼 오사코 케이스케(산프레체히로시마)도 2019년 이 대회에서 한국에 0-1로 졌던 걸 떠올리며 "한국에 빚을 졌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는 한국을 이기고 싶다.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라고 오로지 승리 하나만 정조준했다.
한국과 일본의 상반된 분위기 속에 82번째 한일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