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역사가 이어진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무패 가도를 달렸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고, 결국 최종전을 앞두고 본선행을 조기 확정 짓는 쾌거를 달성했다.
1954 스위스월드컵에서 첫 본선행 역사를 쓴 한국 축구.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이 대회 후 32년 간 연을 맺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한국 축구가 다시 세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86 멕시코월드컵. 김정남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허정무의 결승포를 앞세워 일본을 누르고 감격의 본선행에 성공했다.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이탈리아와 함께 조별리그 A조에 편성된 한국은 '신의 손' 디에고 마라도나를 앞세운 아르헨티나에 1대 3으로 완패했지만, 박창선이 역사적인 본선 첫 골을 기록했다. 이후 불가리아와 1대 1 무승부를 거뒀고, 이탈리아와 혈투 끝에 2대 3으로 분패하며 16강행을 일구진 못했으나, 세계 축구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90 이탈리아 대회에서 연속 본선행에 성공한 한국 축구. E조에 편성된 한국은 사력을 다했지만 벨기에(0대 2 패), 스페인(1대 3 패), 우루과이(0대 1 패)에 잇달아 덜미를 잡히면서 3전 전패로 일찌감치 퇴장했다.
'도하의 기적' 속에 다시 본선 무대를 밟은 1994 미국 대회. 스페인과의 첫 판에서 0-2로 끌려가다 홍명보 서정원의 연속골로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볼리비아와 득점 없이 비겨 아쉬움을 남겼다. '디펜딩챔피언'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전 황선홍 홍명보의 추격골 이후 일방적인 우위를 점하며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1998 프랑스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멕시코를 만난 한국은 하석주의 프리킥 골로 본선 사상 첫 선제골 기세를 올렸지만, 내리 3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진 승부에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대 5 대패했고, 차범근 감독이 중도 사퇴하는 아픔도 겪었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대 1로 비겼지만, 그대로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공동 개최국 자격으로 나선 2002 한-일월드컵은 한국 축구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전 대회에서 적장으로 만났던 히딩크 감독을 데려온 한국은 폴란드를 2대 0으로 완파하며 48년 만에 월드컵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미국 와 1대 1로 비겼으나, 포르투갈전에서 박지성의 기가 막힌 왼발골로 1대 0 승리를 거머쥐며 16강에 올랐다. 이탈리아와의 승부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막판 설기현의 기적적 동점골, 연장전 안정환의 골든골로 2대 1 승리를 거뒀다. 8강전에선 스페인과 승부차기 혈투 끝에 승리하면서 '4강 신화'를 일궜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 0대 1로 패했고, 튀르키예와의 3위 결정전에서 패했지만, 세계 축구에 아시아의 저력을 떨친 대사건이었다.
2006 독일 대회. 한국은 토코를 상대로 2대 1 역전승을 거두고, 프랑스와 1대 1로 비기면서 다시 16강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최종전 패배로 조 3위에 그치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2010 남아공 대회. 그리스와의 첫판에서 2대 0으로 이긴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1대 4로 대패했지만, 나이지리아와 혈투 끝에 2대 2로 비기면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1대 2로 패했지만, 박수를 받기 충분한 활약상을 선보였다. 하지만 2014 브라질 대회에서 러시아(1대 1 무), 알제리(2대 4 패), 벨기에(0대 1 패)를 상대로 아쉬운 성적에 그치며 조별리그 탈락했다.
2018 러시아 대회. 스웨덴, 멕시코에 각각 1대 2로 패한 한국은 '디펜딩챔피언' 독일을 상대로 2대 0 승리를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카잔의 기적'으로 회자되는 일대 사건이었다. 2022 카타르 대회에선 우루과이와 0대 0으로 비기고 가나에 2대 3 분패하면서 16강과 멀어지는 듯했지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세계구급 스타를 앞세운 포르투갈을 상대로 2대 1 역전승을 거두는 또 한 번의 기적을 연출하면서 16강 환희를 맛봤다. 이번 북중미 대회 본선행으로 아시아 최다 본선 진출 기록(12회)을 다시 이어갔다.
북중미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북중미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대회. 본선 참가팀 수가 기존 32개에서 48개로 늘어나는 첫 대회이기도 하다. 오는 10월까지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기준으로 4팀 12개 조로 조 편성이 이뤄진다. 결선 토너먼트 방식 역시 기존 16강 체제에서 각 조 1~2위와 3위 중 상위 8팀이 32강에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