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1군 팀에 ‘한국인 계보’가 잠시 끊길 전망이다. 손흥민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 FC(LAFC)로 이적한 데 이어 유망주 양민혁(19)까지 잠시 토트넘을 떠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8일(한국시간) “양민혁이 포츠머스 이적을 앞두고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적은 24시간 내에 완료될 전망”이라고 알렸다. 영국 ‘푸티인사이더’의 이적시장 전문 기자 피터 오루크, ‘풋볼런던’ 토트넘 전담 기자 알레스데어 골드 모두 이 소식을 확인하며 임박함을 알렸다.
양민혁은 2024 시즌 강원 FC에서 K리그 1 데뷔와 동시에 28경기 12골 6 도움을 기록,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괴물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18세였음에도 빠른 발과 과감한 돌파, 골 결정력으로 유럽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맨체스터 시티 등과 연결됐지만 양민혁이 선택한 팀은 토트넘이었다. 계약 기간은 2030년 여름까지. 그러나 아직 유망주라 토트넘 1군에서 곧바로 출전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퀸즈파크 레인저스(QPR)로 임대를 선택했고 후반기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적응과 경험을 쌓기로 했다.
QPR에서 14경기 1골 2 도움을 기록하며 잉글랜드 무대에 적응했다. 이후 토트넘에 돌아와 형들과 또 한 번 경쟁했다. 토트넘의 아시아 프리시즌 투어에 참가했고 홍콩, 한국을 거친 일정에서 그는 교체로 나서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특히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캐슬전에서는 한국 축구 팬들 앞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토마스 프랑크 감독은 “양민혁이 경기장에 나가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고향에서 환상적인 장면이었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실전 경쟁력과 경험치 측면에서 아직 1군 주전으로 뛰기엔 부족하다고 판단, 임대 결정을 내렸다.
양민혁은 출국 전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 중간 합류라 쉽지 않았다. 만족하지 못한다. 이번 시즌은 더 만족할 만한 시즌으로 만들고 싶다”며 “많이 뛰어야 2026 북중미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들 자격이 생긴다. 흥민이 형도 ‘많이 뛸 수 있는 팀을 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라고 밝혔다.
포츠머스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리그원(3부 리그) 우승으로 챔피언십에 승격한 뒤, 2부 잔류와 프리미어리그 승격 도전을 목표로 한다. 올여름 여섯 번째 영입이 될 양민혁을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했다.
존 무시뉴 감독은 측면 자원 보강이 절실했다. 이미 플로리앙 비앙키니를 영입했지만, 또 다른 윙어가 필요했고, 양민혁을 최적의 선택지로 낙점했다. 오루크 기자는 “포츠머스가 양민혁을 통해 공격진에 새로운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시즌 그의 활약이 토트넘 복귀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양민혁의 임대가 확정되면, 토트넘은 10년 만에 한국인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상태로 시즌을 시작하게 된다. 2015년 손흥민이 입단한 이후 토트넘은 ‘손세이셔널’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브리지’ 역할을 했고, 토트넘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지난 2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여름 토트넘을 떠난다”라고 직접 발표했다. 3일 뉴캐슬과의 친선경기를 고별전으로 치른 뒤, 7일 LAFC와 계약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토트넘 입장에서 손흥민의 공백은 단순한 전력 이탈이 아니라 마케팅·팬덤 측면에서도 타격이다. 여기에 양민혁마저 장기 임대를 떠나면서 올 시즌 한국 시장에서의 파급력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다고 이번 임대가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 무대에서 성장한 다수의 스타 선수들은 10대 혹은 20대 초반에 하위리그 임대를 통해 실전 감각을 키웠다. 양민혁도 이번 시즌 포츠머스에서 주전 경쟁을 벌이며 꾸준히 출전한다면, 기량과 피지컬, 전술 이해도 모두 끌어올릴 수 있다.
포츠머스는 현재 윙어 자원이 한정돼 있어, 기회를 잡기 좋은 환경이다. 시즌 초반부터 합류해 팀 전술에 녹아든다면, QPR 시절보다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토트넘 역시 그가 임대에서 충분한 성과를 내고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손흥민이 떠난 자리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는 양민혁이 또 한 번 임대 길에 오른다. 당장 토트넘 1군 팀에서 볼 수는 없지만, 더 많이 경험하고 성장한다면 추후에 토트넘 1군 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있다.
한편 현재 토트넘에서 유일한 아시아 선수인 일본인 센터백 고타 다카이는 부상과 재활 치료를 위해 아시아 투어에 합류하지 않았다. 영국 런던에 남아 발 부상 치료에 전념했고,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출전에 집중하고 있다.